[참세상] 정규직화 투쟁 500일, 동양시멘트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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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조직 작성일16-07-27 15:05 조회3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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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 투쟁 500일, 동양시멘트지부 이야기
하청업체 노동자는 입사할 때부터 동양시멘트 정규직
7월 12일, 장마전선 북상으로 내릴 거라던 비는 내릴 기미가 안보이고, 30도를 웃도는 온도에 습도까지 높아 종일 후덥지근하다. 저녁 무렵, 동양시멘트 강원도 삼척과 동해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500일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한다.
이 노동자들은 한국 최초 시멘트 회사인 동양시멘트 사내 하청업체 소속으로 석회석 광산 채굴과 운반 등의 일을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5~20년 동안 해왔다. 이들은 2014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15년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동양시멘트(주)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는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다. 이는 동양시멘트 하청 업체가 실체 없는 ‘유령회사’이므로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사할 때부터 동양시멘트의 정규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하청업체(동일(주), (유)두성기업)들이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기계,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동양시멘트의 사무실과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 하청업체 대표이사의 보수를 동양시멘트가 결정하고 있는 점,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와 근로시간,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순서, 업무협력 방안 등을 지시한 점,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격려금이나 인센티브의 지급대상과 지급액, 지급일자, 회계처리 방법까지 결정하여 시달한 점 등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들의 사업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하청업체들이 사업주로서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결하였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들은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동양시멘트가 실질적으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직접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며 위와 같은 판정을 했다. 그리고 동양시멘트 측에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 고용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의 결과가 나온 지 1시간도 안되어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던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한다. 한 겨울에 10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했지만, 여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관련된 법 규정이 없다며 집단해고를 수수방관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동양시멘트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동양시멘트는 해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지 않았다. 정규직을 요구하면 할 얘기가 없다며 자회사 취업만을 주장하여 작년 말 이후 교섭도 중단된 상황이다. 6월 말 선고 예정이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는 8월 말로 연기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측의 자회사 취업 등의 대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라는 회유책에 80여 명이었던 조합원들이 집단 탈퇴를 하여 현재 23명이 남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 정규직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고, 어느덧 500일이 흘렀다. 삼척에서의 투쟁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되자 해고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뒤에서 300일이 넘는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7월 9~10일에는 투쟁 500일을 맞이하여 삼척 해변에서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1박 2일 해변 가족캠프가 열리기도 했다.
▲ 매주 화요일마다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되는 동양시멘트지부 문화제 |
한 달에 잔업 200시간, 월급은 정규직의 40%
"와~"
미대사관 옆 길에 들어서자 함성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삼표 본사가 있는 이마빌딩 앞에 도착하자 움막 같은 작은 천막 앞에 20명이 될까 말까한 사람들이 집회를 시작하고 있다. 참석자들의 3분의 2는 하이텍, 하이디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세종호텔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투쟁 현장에 연대하고 있는 시민들이다. 서울에 있는 다른 투쟁사업장 집회에서 만날 때면 늘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김경래(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가 목례를 한다.
김경래 씨는 동양시멘트에서 7년 동안 ‘동일’ 이라는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주유 연료를 넣은 덤프 차량을 운전하거나 부품 엔진 오일 관리 등의 일을 하다가 해고가 되었다. 굴삭기, 지게차, 불도저 등 각종 자격증 소지자인 김 씨는 본인의 기술을 활용하여 한 달에 잔업을 250~300시간 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인원 부족으로 한 달에 1~2일 쉬는 때도 있었다. 동양시멘트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위해 주민 서명을 많이 받아 정규직들 앞에서 동양시멘트 삼척 공장장 표창장을 받을 만큼 회사를 위해 헌신했건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돌아가는 동양시멘트에서 정규직은 4조 3교대로 근무하지만, 비정규직은 인원이 부족해서 3조 3교대로 근무한다. 이렇다보니 매일 잔업은 예사다.
“정규직은 한 달에 평균 7.5일을 쉬는데,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1개조가 부족하다보니 5일을 쉬게 돼요. 한 달에 5일 쉬는 것도 쉽지 않아요. 주말에 1개 조가 쉬어야 하니까 나머지 2개 조 만으로 돌아가는데, 1개 조가 토요일에 16시간 일하고, 다른 1개 조가 일요일 날 16시간 일하게 됩니다.”
동양시멘트지부 안영철 사무국장은 하청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잔업 시간은 200시간인데, 이렇게 일해서 받은 임금은 정규직의 40%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동양시멘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70%가 최저임금 시급 적용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관리자에게 잘 보이면 더 받고, 그렇지 못하면 덜 받는 경우도 있다.
동양시멘트에서는 동일한 작업장 동일한 업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거나 서로 교대로 한다. 하청업체에서 7년 근무한 김진영 씨가 일하는 공정에서는 동양시멘트 소유의 덤프트럭 한 대를 3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운행했다. 8시간씩 3명이 3교대로 근무를 하는데, 진영 씨가 8시간 근무를 하고나면 정규직과 교대를 한다.
“제가 근무가 끝나 퇴근하면 정규직 노동자가 ‘수고하셨습니다’ 하면서 제가 타던 덤프트럭에 오르는 거죠. 정규직으로부터 본인이 쉬고 싶으니 대리근무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우리 일이 안돌아 갈 때는 동양시멘트 관리자가 회사 안에 있는 다른 소사장제 라인으로 데려 가서 일을 하게 한 적도 있었고요. 같은 현장에서 같은 업무 하는데, 대놓고 차별을 한 거죠.”
한 사무실 안에 동양시멘트와 하청업체 관리자가 함께 근무하면서 반장 한 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출근 서명을 동양시멘트 출근부에 한 번, 하청업체 출근부에 한 번 총 두 번을 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작업복을 정규직에게는 두 벌 주고, 비정규직에게는 한 벌을 주었다. 겨울 방한복도 정규직 모든 노동자에게 다 돌아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못 받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자녀 학자금에도 건강검진에도 차별이 있었다. 명절 선물을 줄 때, 전체 선물 리스트 중에 비정규직들에게만 금액 상한선을 지정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없어졌던 점심 식대를 갑자기 비정규직들에게만 한 끼에 2천 원 씩 부담하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규직들의 인상된 체력단련비 72만원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 미 대사관 뒤 삼표그룹 본사 앞 천막 |
지역민의 지원과 희생으로 성장한 동양시멘트의 답례는 집단해고
민중의례가 끝나고, 첫 발언자인 최창동 동양시멘트지부장이 맨발로 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때, 맨발로 나와 맞이하던 우리 옛 풍습이 생각나서 반가운 마음에 맨발로 나왔다고 한다. 투쟁 중에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지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최 지부장이 지난 주말에 열린 1박 2일 해변 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 분 한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요. 다음에 오시면 이번에 물 안 빠진 동지들 물에 빠트리겠습니다."
넉살 좋은 사회자 김경래 씨가 지부장의 발언을 이어받는다.
"삼척에 그렇게 작은 해변 가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좋은 고장에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데, 자본가들은 그 마을 안 사람들을 갈라치기 해왔습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단순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 안의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삼척 해변 문화제에 참석했던 세종호텔노동조합 고진수 위원장이 이야기 한다. 동양시멘트 생산직 노동자들은 서로 친인척, 학교 선후배, 동네 형님 동생 등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관계다. 이들 중 누구는 정규직으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생산직 정규직 사원 공개 채용을 하지 않는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10명 정도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 신규 채용을 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2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하 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6개월 근무하고 정규직이 된 사례도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노총 정규직 노조 위원장에게 2천 만 원을 주면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 채용비리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두성기업 노동자들만 정규직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동양시멘트 사장 조카가 동일(주)에 입사하면서 동일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또, 발전소 건립이나 분진 피해 지역 등에서의 민원을 없애기 위해 보상 차원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을 정규직으로 입사시켰다는 소문도 있다. 정규직 채용 전형은 서류전형과 업무능력평가,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서류전형에서 1등한 사람이 면접에서 꼴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은 생의 희망이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몫이 될 때가 많았지만, 정규직이 되기 위해 감내해야만 했다. ‘돈 없고 빽 없이’ 지원했다가 4~5번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었다.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대규모 부도로 2013년 10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2년도 안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법원 회생계획을 초과달성하여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했다. 이는 삼척시와 시의회, 지역사회 단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동양시멘트의 성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지역 사회의 대기환경과 도시미관, 도로, 산림 파괴, 도시기반시설인 도로 파괴, 산림 파괴 등 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위장도급이라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마자 기존의 정규직, 비정규직 갈라치기로도 부족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지역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법정관리 시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급하던 임금인상 6개월 소급분도 받지 못했다. 정규직이 희생 할 테니 비정규직도 희생하라는 요구에 회사가 어려우니 고통분담 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규직은 소급분을 다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일식 요리사인 고진수 씨 역시 부당해고와 강제전보 등의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이다. 그는 콜트콜텍, 양재동 유성기업, 동양시멘트 등 현재 서울 곳곳에 나뉘어져 있는 투쟁들을 모아 함께 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사회보장정보원과 세종호텔, 티브로드 등 충무로 인근에 있는 투쟁사업장들이 함께 '충무로 공동투쟁'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준다.
"노래해~ 노래해~"
발언이 마무리 되었지만, 고진수 위원장은 마이크를 놓을 수가 없다. 결국 민중가요 <탈환>을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고서야 들어온다.
▲ 정규직 전환 요구가 적힌 동양시멘트지부 몸자보 |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
충남 아산에서 올라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김호관 조합원은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사측의 업체 폐업과 노조탈퇴 회유 등에 맞서 조합원들이 단결하여 고용승계를 이루어낸 소식을 전해준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소송 선고에 대한 기대감도 이야기한다. 시간이 갈수록 집회는 풍성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
"이 투쟁 우리가 이길 겁니다. 왜? 이길 때까지 싸울 거니까요."
다음은 사회자가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 근무하는 정주현 씨를 호명하여 노래를 주문한다. 정주현 씨는 먼저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리겠다며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하여 노래를 들려준다.
묻지 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나 홀로 가는 길은 너무 쓸쓸해 너무 쓸쓸해
어떤 노래일까 기대했던 청중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직 초복도 지나지 않았건만, 해질녘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가을 저녁 느낌이 난다. 노래가 끝나자 정씨가 이 노래를 들려준 사연을 소개한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 제목을 <올 가을엔 사랑할 거야>로 알고 있는데요. 1980년에 심수봉 씨가 <순자의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냈던 노래입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 부인 이름을 사용했다고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정씨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순자야 문 열어라>라는 영화도 상영금지 되고, 동일한 제목이었던 이 영화의 주제곡도 방송 금지 되었다.
"강정마을에서 오셨는데요. 발언은 생략하고 강정 대행진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자의 주문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는 시민이 나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정 대행진의 동진, 서진 코스가 영화 <이재수의 난>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설명도 해준다. 그리고 가을 날씨 같은 광화문에 어울릴 것 같다며 제주도 전통민요 <어영나영>을 부른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너영 나영 두리둥실 어영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참사랑이로구나
▲ 7월9일~10일 삼척해변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해변 가족캠프 [출처: 김광호] |
강원도 묵호에 살면서 연대하다가 최근에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박금란 시인의 시낭송을 끝으로 집회가 한 시간 만에 마무리되고, 나는 선선한 광화문 저녁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이 날 오전에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연행되었던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고, 세월호 농성장을 지난다.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했던 건물을 지나고, 민주노총 옆 길을 지난다. 골든브릿지와 프랑스대사관 옆 발레오 농성장으로 가는 길을 지나고, 정리해고 당한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이 일인시위를 하던 풍산그룹 건물을 지난다. 서러움과 희망이 서린 곳곳에 그래도 다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안부를 전한다.
“정신 없이 싸우고 달려오다가 5백 일이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마음은 착잡하죠. 서울에서 공대위를 마련하면서 남은 23명의 조합원들이 힘을 받아 삼척과 서울을 오가면서 열심히 연대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마음 추스르고 5백일 기점에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겠냐고, 그만하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이 싸움이 옳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정부에서도 정규직이라고 인정했잖아요. 내 목숨 다 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지금 심정은 그렇습니다. 삼척 문화제를 통해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국에서 함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
“어떻게 하다 보니 500일을 오게 되었네요. 투쟁을 빨리 끝내자는 마음으로 많은 걸 하다보니 16억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도 받고, 7명의 동지들이 구속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최소 1000일 이상은 싸워야 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비정규직 투쟁이 어렵다는 얘기겠죠. 우리는 위장도급이라는 법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대법원까지 가면 4~5년이 걸리는데, 그렇게 계산하니 1000일이더라고요. 그동안 정신력으로 버티어 왔는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군요. 요즘은 급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체력 관리도 하고, 조합원들과 소통도 하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합니다.” (동양시멘트지부 안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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