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를 함께 여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합시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을 건설한지 이제 만4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선배 노동자들의 불굴의 투지를 이어 더 강한 노동조합이 되어 조합원과 농·축협 노동자들의 버팀목이 되고자 했고, 더 친근한 노동조합으로 농·축협 노동자들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016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지난 투쟁들을 반추해 보면 우리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의 노동개악 시도에 맞서 전국적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치열하게 싸웠고, 이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불공정한 인사에 항의해 경인본부 중심으로 인사업무협의회 해체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원주원예농협, 옥계농협, 성서농협, 음성축협, 서인천농협, 인천강화옹진축협, 제주감귤농협, 제주축협, 수원화성오산축협 등의 현장에서 사용자 측의 모진 노조탄압과 징계·해고에 맞서 힘찬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CS 암행감사 철폐 투쟁으로 암행감사를 저지해 냈고, 카드 위·수탁, 농협택배 등 농협중앙회와의 불공정거래에 대응해 다양한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농·축협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에 맞서 노동이 존중받는 농협을 만들어 내는 투쟁에 앞장서 왔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노동조합을 응원하고 계시는 농·축협 동인 여러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 4년간 노·정간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 과연 우리 노동자들에게 어떤 미래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며 정부와 농협중앙회, 각 농·축협 등 우리 농·축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모든 문제에 대해 농·축협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갔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습니다.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해 애초의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겠다던 약속과는 다르게 노동개혁은 더디게 그리고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으나 정부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 시행을 앞두고 유보시켜 버렸으며,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해 일과 삶의 균형 있는 삶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확대해 재난의 수습에 대해 제한적으로 인가하던 것을 일본정부에 의한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마구잡이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더니 이제 사유제한을 아예 확대해 시설이나 설비의 고장,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등 기업의 경영상 필요성에 따라서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입니다.

이런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사유 확대는 기업의 꼼수 인가로 이어져 무분별한 연장근로를 조장하게 될 것이어서, 무제한적 노동이 가능하도록 빗장을 열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던 정부는 재벌과 보수세력 등의 요구에 밀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내 세우며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넓혀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시켜 저임금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의 유보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의 정부의 조치가 앞으로도 크게 우려되는 점은 노동시간과 임금 등 노동조건은 헌법에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권한을 남용해 법률을 무력화 시키고 있어, 법률에 의한 노동시간과 임금의 국가규율의 대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률에 의한 노동시간과 임금 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은 20세기 초의 자유경제의 시대로 돌아가 노·자간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자본의 욕망에 수탈과 착취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법률에 의한 국가통치의 사회계약이 어째서 노동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고 그때 그때 정권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뀌어야 합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노동자가 미래를 생각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겠습니까.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노동조합을 응원하고 계시는 농·축협 동인 여러분

노동의 미래는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금융환경에 큰 변화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모바일 뱅킹·크라우딩 펀딩·디지털 화폐의 유통 등 핀테크 기술은 상호금융업종에도 해일처럼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어, 한편 노동의 고도화와 더불어 직업의 다변화를 유도하고 있고 경영과 고용환경의 지도를 바꾸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상호금융 시장은 향후 10년 제1금융과 보험·여수신 업종에서 산업의 다각화가 진행된 이후 같은 방식으로 상호금융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전면화 될 것으로 내다 보여 노동의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정권은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해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도입하고 대체근로·정리해고제·노동유연화·복수노조 창구단일화·성과연봉제 등 다양한 노동개악으로 재벌과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정책을 입법화 해 왔으며, 재벌과 자본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국민들을 인질로 삼아 우리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 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달라지는 노동환경 역시 또 그들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할 것입니다. 탄력근로제·유연근로제·재량근로제 등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다며 앞다투어 변형적 노동시간제를 입법시킨 사례만 보더라도 지금 노동과 자본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노동조합을 응원하고 계시는 농·축협 동인 여러분

이제 고개를 들어 우리 농·축협의 바깥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노동조합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 계약직 노동자들이 많아진 것은 우리사회가 극심한 노동유연화 흐름에 따라 고용구조가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계약직 노동자로 인해 우리 사업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도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고용과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성과급제나 직무급제로의 변화 등 임금체계의 변경과 산업의 변화에 따른 막대한 구조조정의 파고가 저 멀리서 보이는데 누구부터 우리 직장에서 나가야 할까요.

오직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합니다. 산업의 구조가 바뀐다면 바뀌는 산업에 따라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이고 잔인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직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만 일방적인 희생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이미 저성장이 고착화 되었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국가재정 운영방침과 연금정책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개선되어야만 우리 농·축협 노동자들의 미래도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 지주사와 자회사만 몸집을 부풀릴 것이 아니라, 1,118개 농·축협이 함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권한을 내려놓고 내리갑질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 개혁 또한 우리 노동자들의 손으로 해야 합니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외치고 요구해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노동조합을 응원하고 계시는 농·축협 동인 여러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농·축협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4년간 천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우리 노동조합에서 희망을 찾으며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길이 되었고, 우리 노동조합이 농·축협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본의 노동개악에 당당히 맞서는 노동조합, 농협중앙회의 횡포에 앞장서 투쟁하는 노동조합, 노동의 미래와 조합원과 농·축협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후회없는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조합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노동이 존중받는 진짜 새로운 세상을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가는 그런 노동조합을 만들어 갑시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농·축협 동인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비가 오면 함께 맞고 격랑의 파고를 함께 넘어갑시다.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승리합시다.

2020.1.6.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 민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