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주)NH농협은행’엔 없고 ‘평택농협’엔 있는 것들 / 이상규(평택 농민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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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가 만든 ‘주식회사’다. 그리고 지역농협, 단위농협으로 불리는 평택농협은 농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최근 엔에이치농협은행 동평택지점 신설을 둘러싼 농협중앙회·엔에이치농협은행과 평택농협 사이의 갈등(<한겨레> 3월11일치 14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농협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1950년대 정부에 의해 설립된 ‘농업은행’과 옛 농업협동조합을 통합해 1961년 8월15일 발족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현재의 ‘1중앙회 1금융지주’로 분리됐고, 경제사업도 내년 2월까지는 농협경제지주로 완전 분리해야 한다. 중앙회에서 분리된 농협금융지주는 엔에이치농협은행, 엔에이치투자증권, 엔에이치농협생명 등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회사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내세운 채 조합원 이익실현이라는 협동조합의 근본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엔에이치농협은행은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며 ‘돈장사’에 치중하고 있다. 결국 지역농협과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엔에이치농협은행 동평택지점 신설 문제도 이런 틀에서 보면 ‘돈장사’를 위해, 농민들이 설립한 지역농협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평택농협은 1970년 리(里) 단위 이동조합을 통합해 농민들이 출범시킨 조합으로, 현재 3300여명의 농민 조합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조합원 상부상조의 정신에 따라 농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수매가나 시세보다 높은 값에 벼를 사들이고, 농기계 값과 비료 값 보조 등 각종 영농 자재를 싼값에 보급하는 데 약 30억 원을 지원해, 농산물 수입개방과 농산물 값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또한 조합원 출자금 배당과 조합원 이용 실적에 대한 배당에도 약 20억원을 사용했다.
한편 지역농협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평택 지역 학교에 대한 장학금 지급, 노인정 난방비 지원 등 지역사회 환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평택농협은 농민들이 이사, 감사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또한 3300여 조합원 중 직선제로 선출하는 등 조합원 직접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운영하고 있다. 물론 평택농협 또한 농업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엔에이치농협은행과 평택농협은 조직의 구조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농협중앙회 평택시지부 혹은 엔에이치농협은행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엔에이치농협은행 동평택지점 개설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지역농협을 도와주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농협중앙회, 그리고 그런 농협중앙회가 출자한 엔에이치농협은행이 지역농협인 평택농협과 지점 개설에 관한 어떤 협의나 통보도 없이, 어떻게 그저 입주 예정 건물에 붙인 현수막 한 장으로 지역농협과 지역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해 6월 지점을 개설한 평택농협 소사벌지점과 불과 4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엔에이치농협은행 지점을 개설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농협중앙회는 엔에이치농협은행이 잊고 있는 ‘상생과 협동’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점 설치 철회’라는 지역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잘못된 원인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다시 한 번 농협중앙회 평택시지부, 엔에이치농협은행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