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공정거래, 농축협노동자가 봉인가! 농협택배사업 강요하는 농협경제지주-농협중앙회 규탄한다.

중개업 계약도 없이 은근슬쩍 전산망 연결, 택배업 강요

농협경제지주사의 자회사인 농협물류가 택배사업을 하겠다며 한진택배와 업무양해각서를 채결하고 택배 중개사업에 참여하는 농·축협을 모집하겠다고 알려온바 있는데, 알고 보니 중계사업 접수도 받기 전에 전국 1,131개 농·축협을 택배 중개사업장으로 개통해 놓은 것이 들통 났다.

농협경제지주사는 기존 택배사들이 비교적 부피가 크고 무거운 농산물 취급을 꺼려해 농협이 농산물 유통을 위해 택배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은 전국에 4,886개나 되는 점포망을 가진 농·축협을 택배장사에 이용해 먹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일 따름이다. 가만히 앉아서 전산망 개통으로 택배사업 하나 추가해 전국 4,886개 점포를 날름 택배 중개점포로 이용하는 것이다.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미리 전국 1,131개 농·축협을 택배 중개사업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뻔뻔한 계획을 세우고 몰래 전산망까지 연결해 놓은 이런 일들이 백주 대낮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는가.

실제 농협경제지주사가 내세운 운영사례와 택배 중개사업 추진계획을 따져보면 한 개 사업소별 연간 2만개 수준의 택배를 취급한다고 봤을 때, 각 사업장은 건당 4,000원의 택배단가 대비 약 10% 수준의 취급수수료를 받는다고 봤을 때, 중개사업소인 각 농·축협이 1년 수익은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 연봉 5,000만원인 농·축협 노동자를 굴려서 농협경제지주사 돈벌어 주고 해당 조합은 800만원 벌고 농·축협 노동자들은 혹사당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농협물류는 아무런 비용투자 없이 전산망 연결 하나로 연봉 몇 천 만원 노동자를 공짜로 착취하며 돈 벌겠다는 속셈이다.

안심한우·안심계란처럼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농·축협 쥐어짜며 착취해 오던 게 익숙해서인지 이제는 택배사업으로 전산수수료도 받아먹고 택배 중개 수수료까지 떼먹겠다는 것이다. 김병원 회장이 말하는 농가수익 5,000만원 시대 실현은 결국 농협경제지주사가 더욱 갑질을 부리며 지역 농·축협을 쥐어짜겠다는 선언이었던 셈이다. 농협중앙회와 농·축협간의 불공정한 관계에서 비롯된 농협경제지주사의 택배사업은 농협중앙회와 농·축협이 사실상 하도급관계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택배사업의 도입은 농·축협 현장의 극심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택배사와 계약해 택배사업을 해본 사업장의 경우 극심한 노동강도와 낮은 수수료 등으로 택배사업을 중단한바 있다. 가득이나 인원부족으로 세·네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농·축협 노동자들이 이제는 택배 접수하느라 하루 종일 택배 송장과 씨름하게 생겼고, 급기야 택배물품 수거하러 다녀야 할 판이다. 농·축협 노동자들은 농·축협에 취업을 한 것인지 택배사에 취업을 한 것인지 모를 사태가 도래 할 것이다.

농협도 아니고 농·축협의 경쟁사인 주식회사 농협경제지주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택배사업을 농·축협이 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 사업을 통해 지역 농·축협과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을 착취하겠다는 것이다. CS 3.0 등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은 이제 택배 손님을 상대로 웃어가며 20킬로그램짜리 쌀포대를 짊어지고 다녀야할 판이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농협경제지주사는 이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노골적으로 전국 1,131개 농·축협을 더욱 쥐어짜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택배 중개업 계약 여부와 택배 취급물량에 따라 강제로 사무소별 업적평가 등을 하겠다며 강제로 택배 중개업을 하도록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농·축협노동자들은 농협경제지주사의 택배사업 도입에 강력히 항의하며, 도입을 저지시키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때이다.

노동조합은 1,131개 각 농·축협의 동의나 정상적인 계약도 없이 농·축협 각 사업장을 택배 중개사업장으로 강요하고 있는 농·축협의 사업상 경쟁자인 농협경제지주의 슈퍼갑질을 규탄한다. 농협경제지주사는 농협택배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도둑처럼 몰래 연결한 택배 전산망을 즉각 해제하라.

2017. 8. 18.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