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즈엉 학살 50주기 참배단 전국협동조합노조 베트남 평화기행 다녀와
- 작성일
- 2019-11-04 13:59:41
- 작성자
- 협동조합노조
전국협동조합노조는 '빈즈엉 학살 50주기 참배' 베트남 평화기행을 지난 10월 26일(토)부터 31일(목)까지 4박 6일간에 걸쳐 민경신 위원장을 비롯한 10명의 간부 동지들이 다녀왔다.
금번 한베평화재단 평화기행에는 전국협동조합노조 민경신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여 보건의료노조 등 개인 참가자들 포함 총 20명의 참배단이 함께 했다.
* 26일(호치민) - 전쟁증적박물관 탐방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죄악과 만행의 증거와 흔적을 기록하고 있는 곳.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고엽제 피해 등 전쟁의 참상이 사진과 유물들로 적나라하게 전시되어 있으며 미군의 편에 가담해 그 전쟁에 참가했던 한국군의 모습과 한국 정부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었다.
* 27일(호치민) - 남부여성박물관 탐방, 구찌땅굴 탐방,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작가 반레와의 대담
(남부여성박물관)
-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남성과 함께 총을 들고 싸웠던 베트남 남부 지역의 여성들이 전쟁 이후 역사 속에 남성만 기록되고 여성은 사라지는 기억의 차별에 대항하여 직접 전국을 동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모금을 하여 1985년 호찌민시에 여성박물관을 건립했다. 전쟁에 관한 것 이외에도 베트남 여성들의 삶과 문화, 여성의 역사, 여성 투쟁의 역사 이야기를 함께 보고 들어볼 수 있었다.
(구찌땅굴 탐방)
- 호치민시 서북부에 위치한 구찌땅굴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 사이공(지금의 호치민시)을 공격하는 루트로 사용하던 지하요새다. 전체 길이가 무려 250km. 깊이는 3~8m. 30년 전쟁으로 불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 사람들의 강한 저항 정신과 의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인간애도 느껴볼 수 있었다. 직접 땅굴에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도 함께 했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작가 반레와의 대담)
- 베트남의 전설적인 게릴라 출신이며 현재 시인이자 소설가. 다큐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레. 전쟁의 슬픔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찬 그의 작품세계는 전쟁이라는 닫히지 않는 과거를 떠날 수 없는 그의 영원한 현재를 보여준다. 전쟁이 끝난 지 35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홀로 전쟁의 늪에서 문학과 예술을 빚어내고 있는 고독한 시인 반레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베트남의 현재 사회에 대해서도 토론해 보았다.
* 28일(호치민/꽝남성) - 악공 득저우와 함께하는 베트남 전통악기 체험, 하미 위령비 참배, 쯔엉티투 할머니(민간인 학살 생존자) 만남 및 고 팜티호아 할머니 조문
(악공 득저우와 함께하는 베트남 전통악기 체험)
- 베트남 전통음악 공연으로 유명한 푸동 예술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악공 득저우. 그는 자신이 30년간 수집한 베트남의 전통악기를 전시하고 있는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의 서부고원지대를 비롯 베트남 산간벽지 곳곳에 살고 있는 53개 소수민족들의 문화유산인 다양한 전통악기를 만나고 악기에 담겨있는 역사와 이야기도 들었다. 득저우 가족연주단과 함께 참가자 모두가 간단한 악기를 들고 신나게 합주도 즐겨보았다.
(하미 위령비 참배)
- 1968년 2월 25일 한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135명의 민간인을 추모하는 하미마을의 위령비를 참배했다. 그날의 학살 이야기와 위령비가 세워지는 과정, 2001년 한국 월남참전전우복지회의 지원으로 건립된 하미 위령비의 비문(마을사람들이 작성)이 연꽃으로 뒤덮혀야만 했던 사연들을 들으며 진정한 사과와 화해, 평화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프지 않게 하는 약을 다오" 쯔엉티투 - 민간인 학살 생존자와와 만남 / 하미 학살 피해자 고 팜티호아 할머니 조문)
- 수류탄 파편에 잘려나간 오른발, 눈 앞에서 죽어간 7살짜리 딸과 4살배기 아들. 한국군이 소총과 수류탄을 난사하고 집에 불을 붙였을 때, 그는 부상당한 몸으로 3개월 된 딸을 안고 도망쳐 목숨을 구한다. 당시 지붕의 불덩이가 다리에 떨어져 심한 화상을 입은 딸은 지금도 온전히 걷지를 못한다. 두 다리를 다 잃고 두 아이도 잃은 고 팜티호아 할머니의 유일한 생존자 아들 럽 아저씨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구슬픈 노래를 들려주셨다. 두 분을 만나 안아드리며 학살의 상처와 고통을 함께 나누었고 하미의 절절한 아픔을 생생히 만났다.
* 29일(꽝남성) - 퐁니/퐁넛 학살 위령비 참배, 탄 아주머니(민간인 학살 생존자) 만남, 빈즈엉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자전거 수여식
(퐁니/퐁넛 학살 위령비 참배와 탄 아주머니 민간인 학살 생존자와의 만남)
- 베트남전쟁 당시 '안전마을'이었던 퐁니마을. 1968년 1월 14일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마을주민 7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을 입구에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힘을 모아 건립한 희생자 위령비 참배 및 퐁니/퐁넛 학살에 얽힌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탄 아주머니와의 만남을 가졌다. 당시 8살이었던 그는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을 포함한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고 오빠는 엉덩이가 다 날아갈 정도의 중상을, 탄 자신은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2019년 4월, 청와대에 청원서를 보내 한국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으나 얼마전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또 한번 깊은 상처를 안고 슬픔에 아파하신다.
(빈즈엉 마을 학생들 장학금 및 자전거 수여식)
-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죄악증거비'가 서 있는 꽝남성의 빈즈엉 마을. 빈즈엉 마을의 곳곳에는 1969년의 그날을 기억하는 위령비와 묘비들이 서 있다.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한국군에 대한 어두운 기억과 두려움이 그동안의 한베재단의 활동으로 많이 밝아지고 가까워진 느낌이다. 수줍어하지만 한편 거리낌없이 손도 흔들어주고 밝게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나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
* 30일(꽝남성) - 인민위원회 방문, 빈즈엉 학살 50주기 위령비 참배, 레탄응이 유가족 따이한 제사 참석, 다큐 '버려진 아이'의 도안홍레 감독과의 만남
(빈즈엉 학살 50주기 위령비 참배)
- 1969년 10월 3일(음력), 빈즈엉 마을에서는 한국군 청룡부대에 의해 짱쩜을 비롯한 4곳에서 주민 177명이 희생되었다. '하늘에 가닿을 죄악'을 외치는 빈즈엉 마을의 죄악증거비와 모래바람에 풍화되어 가는 집단묘지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알려진 후 몇몇 한국 시민단체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한국인이 기일에 마을을 찾아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빈즈엉 인민위원회 방문 후 조화를 챙겨 위령비를 찾아 참배했다. 온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 남아 오랜 세월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마주하니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에 가슴이 저려왔다.이
(레탄응이 유가족 따이한 제사 참석)
- 한국군이 자신의 가족 19명을 학살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했던 레탄응이. 핏물과 빗물이 뒤섞인 학살 현장에서 어머니, 형수,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사촌 여동생, 임신부 고모 그리고 13명 아이들을 땅에 묻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그는 지금도 밤중에 악몽에 시달린다고 하신다. 그의 가족들과 함께 따이한 제사를 함께 올리며 원혼들의 평안과 명복을 기원했다.
(다큐 '버려진 아이'의 도안홍레 감독과의 만남)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다큐 '미안해요 베트남'을 제작한 베트남 영화감독 도안홍레. 이후 그는 한국군 성폭력 피해 여성과 라이따이한 문제까지 관심을 넓혀 다큐 '버려진 아이'를 선보였다. 2017년 6월 한국군 성폭력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절규, 철저히 버림받고 소외된 채 살아온 라이따이한의 눈물을 카메라에 담아낸 도안홍레 감독을 만나 다큐도 보고 감독과의 대화도 나누었다.
베트남전쟁과 파병, 파병 한국군 등에 대한 잘못된 또는 왜곡된 역사와 인식, 기억과 정보들, 피해자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혼란과 먹먹함 속에 의미있는 4박 6일의 평화기행을 마쳤다.
많은 이야기 들려주신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이사님, 4박 6일 일정 무탈하게 이끌어주신 권현우님(짜노)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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