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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해결되지 못한 채 목표로만 남겨져있던 숙제들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이후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또 다른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의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현실과 가장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준 두 번째 노동운동가는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노동현장 사각지대 여전해…강력한 노동법 제정 주장
자영업자, 전업주부, 소규모사업자 등 모두가 ‘노동자’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민경신 위원장이 내뱉은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 시간의 대부분을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할애했다. 노동자들을 유린하는 현장들은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합법적인 선을 지키는 방법이 많아졌을 뿐 여전히 어둡다는 것이 민경신 위원장의 생각이다.

“내가 처음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것이 1994년도인데, 20년이 더 넘은 지금도 노동자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 적폐는 노동법이 발전된 만큼 발전되고 있다”

아울러 민경신 위원장은 자신이 말한 노동 현실의 일례로 시간 외 노동에 노출된 노동자들과 부당한 처사에도 입을 닫아야만 하는 현실을 들면서 자신이 노동조합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 역시 과거 부당발령 등의 피해를 입으면서 노동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개인의 목소리로, 개인의 힘으로 부당함을 알리고 이겨내는 것은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먹고 살기 바빠 타협하고 수긍하면서 사는 것이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모습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정규 근무 시간 외 추가 근무에 항상 노출돼 있다.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보상도 주면 받고 안주면 못 받는 식이다. 또 한 가지, 회사원들만 노동자라고 생각하나. 소상공인들, 직원 몇 명 없는 가내수공업 사업자 등은 분명히 노동자인데 회사원이 아니라서 노동자가 아니다.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천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협동조합노동조합의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주체가 돼 운영되지 못하고 아직도 ‘관치’의 영향권에 있다는 생각이다. 협동조합의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협동조합노동조합 역시 지속적으로 적폐청산과 협동조합 구조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새 정부 들어 협동조합노동조합은 ▲ 민간 주도의 농협 개혁 ▲ 농정혁신 ▲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 ▲ 민주적 방식의 농협 개혁 ▲ 농협지주사 체제의 해체와 농협구조개편 등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중앙회, 지역조합, 조합원,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단순한 ‘노사관계’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또 그렇다 보니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도 각각의 입장을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바라봤을 때는 협동조합중앙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지역조합에 대한 감시조차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일례로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얼마 전 노동조합 원주원예농협지회가 구제 신청한 부당노동행위, 부당견책, 부당감봉, 부당정직, 부당해고 등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회장도, 지역 조합장도 모두 선출직이라는 감투를 쓰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심성 정책과 노동자 탄압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그들이 가진 권한만큼 책임을 늘리면 된다. 책임이 없는 권리는 악용될 수밖에 없다. 나는 사실 어디를 가서도 ‘노동운동’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내 역할에 충실하고, 모든 노동자들과 농어민들이 더 나은 환경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민경신 위원장은 협동조합의 특성과 협동조합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그 해결책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권한에 맞는 책임’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농협, 축협, 수협 등의 협동조합과 협동조합노동조합이 서로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신 위원장 약력

▲(현) 전국협동조합 노동조합 위원장
▲(전) 전국농협노동조합 경기인천본부장
▲(전) 전국농협노동조합 위원장
▲(전)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천지부장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